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푸드 칼럼] 짜장면은 억울하다

소화불량에 탄산음료를 찾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탄산음료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료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기체로 변하여 트림을 한 번 하고 나면 시원하다는 사람이 많지만 반대로 배 속에 가스가 차는 느낌이 들어 더 불편한 사람도 있다.     제산제를 복용한 뒤에 음식이 잘 삼켜지지 않는 경우도 비슷하다. 식도에서 음식이 부드럽게 내려가지 않고 뭔가 저항하는 느낌이다. 조금 전의 소화불량을 잊고 후식을 또 먹은 약간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래도 제산제 속 성분 탓이 더 크다. 탄산칼슘·탄산수소나트륨이 위산과 반응하여 이산화탄소 기체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부 식도 괄약근이 열릴 때마다 위에서 만들어진 가스가 올라오면서 음식을 밀어내니 저항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모든 제산제가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는다. 수산화마그네슘·수산화알루미늄 성분은 위산과 반응하여 물을 만들지만 이산화탄소를 만들지 않는다.     제산제 복용 뒤에 가스 때문에 불편한 사람이라면 탄산칼슘·탄산수소나트륨이 들어있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면 도움이 된다.   짜장면을 먹으면 소다 때문에 가스가 생긴다는 주장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틀린 추측이다. 짜장면 반죽에 소다가 흔히 사용되는 건 맞다. 식용소다가 바로 앞서 언급한 탄산수소나트륨이며 제산제에도 사용되는 성분이다.     밀가루 반죽에 식용소다 또는 소다(탄산나트륨)를 넣으면 노란색을 띤 탄력 좋은 면을 뽑을 수 있다. 이때 나타나는 노란색은 원래 밀가루 속에 들어있던 천연 색소 물질의 색이 알칼리성에서 도드라지는 것이다. (치자황색소를 넣어 더 노랗게 만들기도 한다.) 소다 자체는 향이 없지만 밀가루 속 풍미물질과 반응하여 알칼리면의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짜장면에 소다가 들어간다고 해서 가스를 발생시키진 않는다. 이미 반죽에 들어가 있는 소다 성분은 액체 상태의 제산제와는 다르다. 배달 짜장면을 비비기 전에 면을 조금 따로 떼어 물에 넣고 식초와 반응시켜 봐도 육안으로 기포를 거의 관찰할 수 없다.     라면도 짜장면처럼 알칼리면이다. 라면으로 실험해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알칼리면을 먹는다고 특별히 가스가 차거나 복부팽만을 유발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미 면으로 만들어진 상태에서는 위산과 만나도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지 못한다. (같은 이유로 냉면에 식초를 뿌려도 면발이 더 쫄깃해지지 않는다.)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에서 장으로 배출이 느려진다. 사람에 따라 그걸 포만감이 오래간다며 좋아할 수 있고 반면에 속이 불편하다며 싫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짜장면에 들어간 소다 때문에 가스가 차서 소화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짜장면의 억울함도 풀어줄 때가 됐다.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푸드 칼럼 짜장면 짜장면 반죽 배달 짜장면 제산제 복용

2022-05-10

[푸드 칼럼] 시금치는 억울하다

겨울 시금치는 달고 맛있다. 얼지 않으려고 수분은 줄고 당분, 단맛 아미노산은 더 많아진다. 그런데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시금치가 위험하다는 식의 기사와 동영상이 쏟아진다. 수산염(oxalate)이 많은 시금치를 과하게 먹으면 신장 결석 위험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다.   시금치에 다른 채소보다 수산염이 많이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장 결석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산염 때문에 시금치 섭취를 피할 이유가 없다. 물에 삶으면 수산 함량이 30~87%까지 줄어든다. 두부나 우유처럼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함께 먹어도 결석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 칼슘과 수산이 결합하면 물에 잘 녹지 않는 형태가 돼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반대로 이걸 가지고 시비를 걸기도 한다. 시금치가 미네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시금치 같은 채소에 들어있는 미네랄은 원래 흡수 효율이 떨어지는 편이다. 시금치에 철분이 많다는 속설도 사실이 아니다. 시금치 100g에는 철 2.6㎎이 들어있다. 여기에 소수점을 잘못 찍어서 실제보다 10배 더 함량이 높은 거로 착각했다는 설, 건조한 시금치 철분 함량을 생시금치 철분 함량으로 혼동했다는 설이 있지만 둘 다 불확실하다.     1931년 만화 주인공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장면도 철분 때문이 아니라 비타민 A가 많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한다. 분명한 사실은 시금치라고 다른 채소보다 특별히 철분 함량이 높진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금치 속 철분은 폴리페놀 때문에 흡수가 잘 안 된다. 녹차 속 카페인이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때문에 덜 흡수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금치가 통풍을 악화한다는 주장도 역시 틀린 말이다. 푸린 함량이 높은 채소를 많이 먹어도 통풍 위험이 증가하지 않는다. 육류와 어패류 섭취량을 늘리면 통풍 발작 위험이 증가하지만 시금치 같은 채소를 많이 먹는다고 해로울 가능성은 매우 낮다.     약 복용 중에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설명도 가끔 눈에 띈다. 역시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와파린 같은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사람이 비타민K가 풍부한 채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약효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일정량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음식에 대한 불필요한 두려움을 자극하는 기사와 동영상은 무시하자. 이들이 생트집을 잡는 이유는 딱 하나다. 호기심으로 조회 수를 높이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식문화를 통해 음식을 맛있고 건강하게 먹는 방법을 알고 있다. 시금치 두부 된장국을 끓여 먹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두부 속 칼슘이 수산 흡수를 막아주고 동시에 칼슘 보충도 해준다. 제철 시금치를 먹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정재훈 / 약사·푸드라이터푸드 칼럼 시금치 생시금치 철분 시금치가 통풍 시금치 섭취

2022-01-07

[푸드 칼럼] ‘K치킨’ 논란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 K팝·K드라마·K뷰티·K푸드·K스타일 등 접두사 K가 여기저기 따라붙는다.     지난 10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K드라마(K-drama)·한류(hallyu)·먹방(mukbang)·만화(manhwa)와 함께 ‘치맥’(chimaek)이 등재됐다.     김치나 불고기처럼 치맥이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문화로 지구촌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기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한 맛 칼럼니스트가 “한국 치킨은 맛없다. 닭이 작아 맛없다”고 맹공하면서 사회적 파문이 일었다.   이를 찬찬히 따져보자. 큰 닭이 육향이 강해서 작은 닭보다 더 맛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작은 닭은 맛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요즘 치킨에 흔히 사용되는 1.5㎏짜리 닭은 1960년대 들어 본격화한 육계 중심의 양계업과 삼계탕, 치킨 같은 대중의 기호가 서로 맞물린, 이를테면 오랜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예로 외국의 닭이 큰 것은 가슴살을 선호하는 식습성에 비롯했다. 세계에서 널리 쓰는 육계(broiler)는 거의 다 비슷한 몇 개의 종이다. 육계는 자연적으로 쌍가슴이 있는 콘월(Cornish) 품종의 수컷과 크고 뼈대가 큰 흰 플리머스 락(Plymouth Rocks) 품종의 암컷 사이에서 교배한 것을 주로 사용한다. 쌍가슴 콘월에서 보듯 가슴살이 육계의 기본 조건임을 알 수 있다.     프라이드치킨도 미국 남부에서 흑인들이 주로 먹던 ‘영혼의 음식’이었다. 살코기가 별로 없어 백인들이 버리던 닭다리에 흑인들이 밀가루를 입혀 튀겨먹기 시작했다. 1930년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KFC)도 전환점이 됐다. 닭을 찐 뒤에 기름에 튀긴 튀김 닭이 나오면서 프라이드치킨은 미국인의 국민 음식이 됐다.   한국인에게 닭 요리는 대부분 닭을 통째로 삶아 먹는 백숙이었다. 1960년대 양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1인 1닭’ 할 수 있는 삼계탕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1971년 국내 식용유가 출시되며 통닭의 시대가 열렸다. 닭을 쪼개 양념한 뒤 기름에 통으로 튀겨 먹는 시장통닭이다.     1970년대 말 또 다른 변화가 몰려왔다. 속살까지 염지한 커다란 프라이드치킨이 들어왔다. 닭 부위를 나누고, 이를 찌면서 튀겨먹게 됐다.   하지만 한국인은 여전히 가슴살을 퍽퍽하다고 여기고 기름지고 부드러운 다리를 선호한다. 작은 닭을 튀기면 닭고기는 물론 염지한 양념과 기름에 튀긴 탄수화물이 어울리는 매혹적인 맛이 완성된다. 이른바 한국형 치킨이다. 여기에 맥주를 곁들이면 치맥이 완성된다.     큰 닭도 맛있지만 작은 닭도 맛있다. 게다가 통째 튀긴 치킨에는 한 마리 닭에 대한 한국인의 열망이 녹아 있다. 음식 문화는 재료를 준비하는 사람들, 소비하는 사람들의 교감이 빚어낸 집단 식성이다. 음식 앞에서 조금씩 겸손해지자. 박정배 / 음식평론가푸드 칼럼 치킨 논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 한국 치킨 삼계탕 치킨

2021-12-07

[푸드 칼럼] 세계인의 먹거리가 된 ‘달고나’

‘오징어 게임’의 성공 덕에 달고나(dalgona)가 세계적인 먹거리로 떠올랐다.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을 때 짜파구리와 같은 꽃길을 걷고 있다. K콘텐트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문화적·심리적인 장벽이 걷히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시작된 한식의 세계화도 활짝 꽃을 피울 태세다.   최근에는 한식(韓食)보다 K푸드라는 단어가 더 많이 쓰인다. 한식에서 K푸드로의 이동은 단순히 영어 단어 사용 차원이 아니다. 내용적으로도 패러다임의 전환을 보여준다.     한식이란 말은 대한제국 시기에 처음 등장한다. 바로 ‘각사등록’ 1900년 8월 기록에 나온 ‘음식은 한식(食韓食)’이다. 한식은 일식이나 청식(淸食)·양식의 상대 개념으로 쓰였지만 당시 한식은 ‘복잡한 음식, 자양분이 없는 음식을 많이 먹는지라 우리의 신체도 역시 복잡하며 무기력하도다’라고 한 열등한 음식이었다.   해방 후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식은 외국에서 열린 올림픽에 참가한 운동선수나 교민들이 먹는 한국인만의 음식으로 소개됐다. ‘외국을 다녀본 사람들은 누구나 느끼겠지만 한식의 값은 왜식에 비해 너무나 싼’(1972년 8월 1일자 조선일보) 싸구려 음식 취급을 받았다.   한식이 외국인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받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우리 것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재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2000년대 발아한 한류와 K팝이 아시아와 세계로 퍼지면서 K푸드라는 단어도 새롭게 떠올랐다.     한식이 외국 음식에 대한 상대적 개념을 기반으로 한 한국인 중심의 먹거리라면, K푸드는 미국·유럽 등의 다양한 음악을 한국식으로 소화한 후 독창적인 선율과 리듬으로 다시 창출해낸 K팝처럼 지구촌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받아들이고 새롭게 해석한 독창적인 음식문화다.   예로 라면을 보자. 중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상품화한 인스턴트 라면을 우리는 한국식으로 끌어올려 세계인의 미뢰를 자극했다. 우리 라면 기술에 쇠고기를 얹은 짜파구리 같은 한국형 변종도 큰 성공을 거뒀다.     포르투갈에서 일본을 거쳐 한국화한 달고나는 이제 달고나 커피에서 드라마·게임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조선시대에 허균의 집안은 일본과 중국을 다녀온 당대의 세계인이었다. 허균은 유배지에서 쓴 조선의 음식 품평서 ‘도문대작’에서 “우리나라는 외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바다로 둘러싸였고 높은 산이 솟아 물산이 풍부하다. 만일 (중국의) 하씨(何氏)나 위씨(韋氏) 두 사람의 예(例)를 따라 명칭을 바꾸어 구분한다면, 아마 역시 (음식 이름이) 만(萬)의 수는 될 것이다”고 말했다.     허균이 상상했던 만 가지 K푸드 세계가 지금 기세 좋게 열리고 있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푸드 칼럼 세계인 먹거리 달고나 커피 음식 문화 외국 음식

2021-11-11

[푸드 칼럼] 개 식용 단상

개 식용 문제가 다시 공론대에 올랐다.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언급하면서다. 오랜 논란이 재차 불거지는 모양새다.     식용견 농장주로 구성된 대한육견협회와 ‘케어’ 같은 동물복지단체가 개 식용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법제화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 식용 논란은 복합적이다. 우선 개를 먹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관습적 갈등이 있다. 관련법 사이의 충돌도 있다. 개를 가축으로 규정한 축산법과 개가 가축으로 규정되지 않아서 도축과 유통을 법으로 관리하지 못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상충한다.     동물단체들이 추진 중인 ‘법적 근거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동물의 살상을 금지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과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는’ 축산법 개정안 등을 둘러싼 다툼도 얽혀 있다. 현재 약 11만7000가구로 추산되는 전국 식용개 사육농가의 생존권 문제도 걸려 있다.   개 식용 논란은 연원이 깊다. 일제강점기는 물론 해방 이후에도 여러 차례 사회 문제가 됐다. 문화적 충돌 때문이다. 일례로 1954년 5월 서울경찰국장은 개장국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이승만 대통령과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영향이 컸다.   이후 개장국은 보신탕으로 이름을 바꾼다. 닭으로 만든 닭개장이나 닭보신탕도 새롭게 등장했다. 88올림픽을 앞두고는 영국 등 해외에서 개 식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개 식용에 관한 첫 기록은 13세기 중반, 고려 후기 태안 마도3호의 목간에서 나온 구포(拘脯·개고기 포)다. 개장국은 ‘자궁(慈宮)에게 가장증(家獐蒸·개고기 찜) 진찬(進饌)하였다’(1795년 6월 18일, ‘일성록’)처럼 왕실 행사에도 등장했고, ‘대궐 밖의 개 잡는 집에 이르러 개장국을 사 먹고’(1777년 7월 28일, ‘속명의록’)처럼 외식으로도 먹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조선시대에 개는 복날 시식이었다. 선풍기도 아이스크림도 없던 시절, 초복에 개를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담긴, 즉 절박함이 깃든 음식이었다.     19세기 동국세시기에는 ‘개고기를 파와 함께 푹 삶은 것을 개장(狗醬)이라고 한다. 개장국을 만들어서 산초가루를 치고 흰밥을 말면 시절 음식이 된다. 이것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도 물리치고 보신도 된다’는 대목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개를 꺼린 사람들이 있었다. 소고기로 개장국을 따라 만든 육개장이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영양 부족이 해결됐고, 여름 나기도 수월해졌다. 반려견 인구가 급증했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의식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수천 년 이어온 개 식용이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과 다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박정배 / 음식평론가

2021-10-14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